백신·페니실린 탄생은 모두
의사·과학자 질문에서 시작
AI시대 '질문하는 인간' 중요
인재육성 시스템 확 바꿔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문애리 이사장
인간의 수명이 100년인 시대다. 불과 20세기 초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은 고작 40세 남짓이었다.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킨 과학기술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백신, 또 하나는 항생제다. 흥미롭게도 이 두 가지 혁신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남다른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18세기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우유를 짜는 여성들이 천연두에 걸리는 비중이 낮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이 현상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소에서 얻은 우두를 한 소년에게 접종한 결과 인류 최초의 백신이 탄생했다.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에서 유래한 '백신(vaccine)'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과학사에 기록됐다. 1928년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 역시 우연한 장면 앞에 멈춰섰다. 실험실에 방치된 세균 배양접시에서 피어난 곰팡이 주변의 세균이 사라진 현상을 포착한 것이다. 그의 '왜?'라는 의구심은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으로 탄생했다.
과학은 때로 거대한 질문보다 작고 날카로운 물음에서 시작된다. 이런 질문은 아직까지 인간만 던질 수 있다. 인공지능(AI)은 오늘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정답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지만, 자발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을 스스로 만들지는 못한다.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동기'에서 비롯된다. '무엇이 궁금한가'보다 '왜 궁금해졌는가'가 질문의 깊이를 좌우한다. 마음속 동기를 직접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동기의 방향성을 유도하고 그 환경을 설계할 수는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인재 정책은 '정답형 인간'을 넘어 '질문하는 인간'의 동기를 복원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재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첫째, 연구자와 학생 모두가 두려움 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설계해야 한다. 보상 구조도 바꿔야 한다. 오늘날 학생들이 안정적인 진로를 좇고 연구자들이 안전한 과제만 선택하는 이유는, 사회가 그런 선택이 합리적으로 여겨지도록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탐색적 질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낯선 영역에 도전해 성과를 낸 이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평가 체계와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기고문에 대한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 부탁드립니다.(매일경제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53266?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