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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WISET

기고&칼럼

[기고] 긴 시간 견뎌야…혁신 연구 꽃핀다

조회수109 등록일2025-11-07

팬데믹에 인류 구한 백신은
30년 mRNA 연구 끝에 나와
급할때 결과만 찾는 한국

전문가 믿고 장기적 지원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문애리 이사장


요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코로나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3년여 동안 전 세계는 너무나 많은 것을 겪고, 또 잃었다. 일상의 만남은 사라졌고, 글로벌 공급망도 붕괴됐다. 무엇보다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초유의 위기였다.


2020년 팬데믹 초기,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이던 필자는 긴급 대응을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 전문가를 찾아 나섰지만 적절한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 한 교수는 "미국 유학 때 코로나 바이러스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지만, 귀국 후 연구비를 구하지 못해 다른 연구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러스에 비하여 치명률이 크지 않다는 이유였다. 필자는 '그 교수가 코로나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 안타까웠다.


과학은 긴 호흡으로 성과를 낸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mRNA 연구를 30년 넘게 붙들었고, 이는 결국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는 인류의 돌파구로 이어졌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금속·유기 골격체(MOF) 연구도 마찬가지다. 구조 제안 후 산업화까지 30년이 걸렸다. 과학은 대부분 '성과 없음'처럼 보이는 시간의 축적과 실패의 연속이다.


한국은 시대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성과를 만들어왔다. 이런 특성이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나라를 짧은 시간에 과학기술 강국으로 이끈 요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기술 등 국가 전략 분야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성과가 금방 눈에 띄지 않는 기초연구도 챙겨야 한다. 매번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을 요구하는 평가 시스템 속에서는 10년, 20년, 30년을 이어가는 연구가 자리 잡기 어렵다. 연구자들은 주제를 바꿔가며 생존하고, 지식은 쌓이기보다 흩어진다.


다행히 한국연구재단은 2023년부터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사업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 15년 이내 연구자에게 연간 2억원씩, 최장 10년 동안 지원하는 제도다. 오랜 시간 하나의 질문을 붙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반색할 일이다. 다만 10년 후에도 계속 한 우물을 팔 수 있도록 '트랙2(한우물파기 플러스)'와 같은 후속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 기고문에 대한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 부탁드립니다.(매일경제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83820?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