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WiTH 캠페인 우수사례 23]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
차이를 존중하는 교육 공동체를 향해
-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의 도전과 실천
오늘날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다양성과 포용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며, 교육기관 역시 구성원 개개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누구나 안전하게 배움과 성장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책임을 지닌다.
고려대학교는 이에 발맞춰 차별 없는 캠퍼스, 포용의 공동체를 향한 비전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다양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선언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위원회는 국내 고등교육기관 가운데서도 주목할 만한 모범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성 위원회의 철학은 단순히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캠퍼스’가 아니라, ‘모두가 존중받는 대학’이라는 더 큰 공동체 비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차이를 품은 공동체를 위한 첫걸음: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란?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는 학내 구성원의 다양한 정체성과 배경을 인정하고, 그 다름이 차별이나 배제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문화적 전환을 이끌어가는 조직이다. 위원회는 성별, 국적, 장애 유무, 종교, 사회경제적 배경,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심리적·물리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위원회는 다양성 관련 자문과 정책 기획, 실천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대학 내 인권 감수성을 점검하고 확산하는 역할까지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왜 지금, 다양성인가: 위원회가 만들어진 배경
고려대학교가 다양성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복합적인 사회적 변화와 교육 현장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젠더, 인종, 계층, 국적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부각되면서, 교육기관 역시 더 이상 중립적인 제3자의 위치에 머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고려대학교 역시 학생 사회 내에서 제기된 여러 인권 이슈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힘썼다. 이에 따라 2021년 다양성과 포용성을 주요 가치로 삼는 다양성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이 위원회는 단기적인 캠페인을 넘어서, 대학의 운영 전반에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각종 정책 제안, 인식 개선 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경계 없는 연구'로 혁신 가속화: 다양성이 곧 연구 경쟁력이다
<'2024 고려대학교 다양성 보고서' 발간>
최근 발간한 고려대학교의 '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혁신적인 교원 인사 제도 개선을 통해 연구 역량을 극대화하고 미래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학제 간 융합 및 공동 연구 활성화'정책이다. 고려대는 「교원의 겸무 발령에 관한 내규」를 제정하여 신임 교수까지도 여러 학과를 겸임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교수들이 협력하여 기존에 없던 복합적 연구 과제에 도전하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학-기업 간 겸직 교수 확대를 통한 산학협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이론 연구가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강력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연구자는 현장의 니즈를 파악해 더욱 실용적이고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또한, 해외 우수 연구자 초빙 확대를 통해 연구의 '글로벌 다양성'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임용 절차 간소화와 적극적인 유치로 2024년 8월 기준 84명의 해외 우수 연구자를 초빙했다. 이것은 국제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려는 중요한 전략이다. 공동 연구 초기 자금 지원(Co-seed funding)같은 제도는 이런 국제 협력이 단순 인재 유치를 넘어 실질적인 연구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고려대의 사례는 연구 인력의 다양성 확보와 유연한 협력 체계 구축이 미래 연구 경쟁력의 핵심임을 보여주고 있다. 학문적 경계를 넘어선 융합과 국경을 초월한 인재 유치가 혁신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지는 아주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을 일상에 스며들게: 위원회의 대표 활동과 사업들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는 선언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이 일상 속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월례 세미나, 다양성 보고서, 인권단체 연계 자원활동, 학생 서포터즈 운영 등 다층적인 노력을 통해 구성원의 실천 역량을 강화하고, 대학 내 포용적 문화를 제도화하고 있다.
<'인권과 다양성’을 주제로 한 월례 세미나>
'인권과 다양성' 월례 세미나
학기 중 매월 열리는 월례 세미나는 고려대 구성원들이 인권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2024년 5월에는 "이주, 난민과 대학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난민 및 인도적 체류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제도적·문화적 장벽을 조명하고,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세미나는 ‘포용’이 단순히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연결된 연대의 가치임을 상기시켰다.
2024년 9월에는 "다양성의 재조명: 인권 감수성과 지식의 재편"이라는 제목으로, 근대 지식 체계의 유럽·미국 중심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프리카 및 비서구 지역의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지적 다양성과 학문적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다양한 정체성이 존중받는 학문 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로 이어졌다.
<인권단체와의 연계 자원활동>
인권단체 연계 자원활동
2024년 6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된 인권단체 연계 자원활동은 학생들이 교실 밖 사회에서 직접 다양성과 인권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8개의 외부 단체와 연계하여 운영되었으며, 참여 학생들은 각 단체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경험을 쌓았다.
이 활동은 구성원들에게 '지식 이전의 태도'를 고민하게 하며, 교육의 공공성과 실천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성 서포터즈>
'다양성 서포터즈': 실천의 일상화
위원회는 학기별로 학생 서포터즈를 선발해 자율적 실천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플로깅, 면 생리대 만들기와 같은 친환경 활동부터, 인권 영화 세미나, 북한 인권 전시 관람 등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동료 학생들과 함께 나누며 인권과 포용의 가치를 캠퍼스 곳곳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도한 인권주간 부스 운영은 교내 많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대학문화 속에서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더 나은 대학을 향한 실험: 지속 가능한 포용의 문화를 위하여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의 활동은 ‘누군가를 위한 배려’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며, 앞으로 대학이 나아가야 할 진로를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위원회는 앞으로도 대학의 정책과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다양성과 포용의 원칙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고려대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오늘날, 대학은 시대의 첨단에서 이러한 가치를 실험하고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고려대학교의 다양성위원회는 바로 그 실험의 현장이자, 더 나은 교육 공동체를 향한 유의미한 실천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