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문애리 이사장
이제 우리는 AI의 목소리에 꽤 익숙해졌다. 스마트폰 음성 비서와 내비게이션, AI 콜봇 상담은 말할 것도 없고, 유튜브 영상의 다국어 더빙이나 고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를 복원해 만든 듀엣곡까지 접한다. AI가 인간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이미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특히 텍스트를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바꾸는 AI 음성 합성 기술(Text-to-Speech, TTS)의 활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대학 강의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교수들은 자신의 음성을 학습시킨 TTS 시스템으로 온라인 강의 영상을 제작하거나, 강의 자료의 음성 설명을 자동화하고 있다. TTS 기술은 음성 장애가 있는 교수에게는 필수적인 보조 수단이 될 수 있고, 다국어 지원을 통해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교수들의 AI 활용은 TTS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성형 AI는 강의 자료 초안 작성부터 토론 질문 설계, 퀴즈 문항 구성, 학생 질문에 대한 예시 답변 정리까지 수업 준비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반복적이고 행정적인 작업을 AI가 맡으면서, 교수는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지,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지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AI가 교수의 일을 보완하는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대학들은 AI 활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과 정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대학은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여부와 범위를 명시하고, 이를 학생에게 투명하게 알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AI가 강의 자료나 설명 생성에 활용될 경우 그 내용에 대한 교육적·윤리적 책임은 교수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인간의 검토와 감독을 전제로 할 것을 공통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기술 사용 여부 자체보다, AI 활용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교육에 대한 신뢰를 좌우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대학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만 있지 않다. 강의는 학생의 표정과 반응을 살피며 설명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일이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TTS 기반 강의나 AI가 만든 콘텐츠만으로는 이런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강의의 핵심 요소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을 어디에, 어떤 역할로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대학 강의는 지식 전달과 상호작용이 함께 가야 한다. AI와 TTS는 반복 설명이나 기초 개념 전달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되, 토론과 질의응답, 피드백 등 핵심 과정은 교수와 학생의 직접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 개념은 TTS 영상으로 제공하고, 강의 시간에는 토론에 집중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은 효과적인 활용 사례가 될 수 있다.
AI 시대에도 교수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분명해진다. 지식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안내하는 사람이 된다. 중요한 것은 앞선 기술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잘 활용할 것인가이다. 교수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AI 활용의 범위와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때, 기술은 교육의 위기가 아니라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기고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수신문: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53518)